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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 전경. ©인디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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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 인디포커스] 이태훈 기자 = 언론을 향한 여당의 비판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일각선 "여당이 MBC를 제물 삼아 언론을 길들이려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발점은 국민의힘 미디어국의 '응분 조치' 발언이었다. 지난 19일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유상범 당시 윤리위원이 주고 받은 '이준석 대표 징계' 관련 문자 대화가 유출되자, 당은 성명을 통해 해당 사진을 취재한 모 언론사 기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회사진기자단은 다음날 규탄 성명을 내고 "국민의힘은 해당 기사에 대해 시점을 문제 삼아 허위보도로 규정했지만, 핵심은 '문자의 내용'에 있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주장대로 문자 발송 시기에 따라 허위 보도의 여부가 가려진다면 유상범 의원은 윤리위원직을 사퇴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유 의원은 '윤리위원 중립성 훼손' 논란이 붉어지자 윤리위원직을 사퇴했다. 스스로 문제 소지가 있음을 자인한 것이다.
얼마 지나지않아,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비속어 논란'을 일으켰다. 언론이 이를 집중 보도하자 여당은 한층 강하게 압박에 나섰다. 특히 MBC를 콕 찝으며 "국익을 저해한 매국 허위방송"이라고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MBC 외 지상파 방송과 다수 언론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일정을 소화한 뒤 회의장을 나오면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 쪽팔려서 어떡하냐"고 발언한 사실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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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7차 재정공약회의 직후 회의장을 걸어나오면서 비속어가 섞인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 MBC뉴스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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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대통령 발언은 '미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지칭한 것이며,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 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당 의원들도 대통령 실언을 비호하며 오히려 '언론 책임'이 있음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과방위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KBS · MBC · YTN을 거론하며 "자신의 방송 태도를 문재인 정권과 비교해 돌아보기를 바란다"며 "정파에 따라 보도 행태가 180도 돌변해서 좌파 진영의 공격수 또는 수비수로 활동하는 공영방송들에 대해 국민의힘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미경 의원도 "저건 방송을 좀 하지 않아야 되지 않았나"라며 "이게 보도가 되면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가 이익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헌데 이들의 주장에는 다소 어폐가 있다. 언론은 취재 내용을 가감없이 보도하는 것이 원칙이며 이를 통해 권력의 올바른 행사를 감시할 책임이 있다. 언론은 권력의 성공이나 목적 달성을 위해 선택적 보도를 낼 수 없다. 정파적 판단도, 보도에 따른 이익 여부를 가려내는 것도 오롯이 시청자의 권한이다.
한편, 일각에선 여당이 '비속어 논란'을 '허위 보도'로 규정해 MBC에만 책임을 묻는 것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의힘 측 주장은 MBC가 사실관계 확인 없이 임의로 자막을 삽입 해 여론을 호도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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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박성중 간사와 위원들이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발언을 최초 보도한 MBC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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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언론인은 "이번 논란에 대해 (여당이) MBC만 콕 찝어 문제 삼는게 솔직히 의심스럽다"면서 "누가 봐도 본보기 삼는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다들 의견이 다르겠지만, 보는 눈에 따라 충분히 언론을 압박한다고 느끼는 분이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중 의원은 26일 MBC 규탄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취재진이 '최근 여당에서 언론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진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이유는 특별이 없다"면서도 "공영방송(MBC) 사장부터 직원들까지, 또 어떤 논조까지 바뀐 것이 없지 않느냐"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