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행 깬 박지현, 남양주서 시민들과 소통... "도전과 혁신, 제게 맡겨진 소명"박지현 "나와 기성 정치인, 아이 대 어른 아니라 같은 정치인"... "국민 삶 위해 싸우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해"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긴 겨울잠을 깨고 정치 행보를 재개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6일 남양주시 도농역에서 열린 '제1기 왁자지껄 정치학교'의 강사로 연단에 섰다. 정치 일선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갖는 첫 강연이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1시간 20여분동안 자리를 찾은 시민들과 거리감 없이 소통하며 그간 자신이 정치권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냈다.
당 대표 도전이 좌절된 후 잠행을 이어오던 그는 오랜만의 공식일정에 약간은 상기된 모습으로 "잠시 민주당의 비대위원장이었던 박지현"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박 전 위원장이 준비한 강연의 키워드는 '도전'이었다. 그는 자신이 겪었던 3가지 도전으로 불꽃추적단 시절 N번방 사건을 파해친 것, 이재명 전 대선후보의 선거운동을 돕고 비대위원장으로 정치에 입문한 것, 당 대표에 출마한 것을 들며 이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자신이 정치권에서 활동하기 전 '추적단 불꽃'으로 활동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젊어서 아직 가진 게 없다 보니, 무서운 게 없다 보니 이런 도전을 할 수 있었다"면서 "도전은 곧 청년의 상징이고, 때론 무모해 보일지라도 기성질서에 도전을 내미는 청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이 후보를 도와달라는 요청이 왔을 때 결정하기 쉽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제가 신분을 밝히고 해결책을 찾는다면 성범죄 피해자의 인권이 지금보다는 더 보호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수락하게 되었다"고 했다.
또 대선 당시를 회상하며 "이 후보가 대선에서 진 후 정말 많이 울었다"고 말하며 "구조적인 성 차별은 없고, 여가부는 필요없다는 대통령이 당선이 되었는데 도대체 이 사람(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일을 벌일지 너무 걱정됐다"고 그때의 심경을 전했다.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당의 제안에는 "수차례 거절을 했지만, 권한을 가진다면 (무언가)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며 "그동안 정치권에서 청년들이 소모품처럼 쓰이는 걸 봤지만 '하기 나름이겠지'라는 생각으로 정치에 임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박 전 위원장은 "(그 당시) 제게 맡겨진 임무는 철저히 반성하고 쇄신하라는 것 이었다"라며 "그래서 열심히 사과했고, 바꾸자고 했고, 옛날처럼 하면 안된다고 말하며 많은 쇄신안을 냈지만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4월 12일 의원총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아닌 민생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출마하려던 것에 대해서는 "제가 가장 많이 다친 도전이지만, 다칠걸 알면서도 강행할 수 밖에 없었다"며 "자신들이 필요할땐 불러서 이용하고, 기득권에 조금이라도 도전하면 사정없이 내치는 민주당의 낡은 기득권 정치를 국민 앞에 알려야 했다"고 당위를 밝혔다.
그는 "'자리 욕심 끝도 없는 박지현'이나 '어른 말 절대 안 듣는 폭주기관차' 같은 온갖 비난을 받았다"며 "하지만 그때도 지금도 민주당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잘못을 보고 비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은 "동방예의지국 대한민국에서 어른 정치인과 싸우는 것이 '예의가 없다' 이런 이야기 들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성 정치인과 저의 관계는 '아이 대 어른'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더 낫게 하기위한 같은 정치인일 뿐, 그것을 위해 싸울 수도 있고 치열한 토론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청중의 박수를 이끌어 냈다.
박 전 위원장은 정치인에게 필요한 자질이 '공감'이라며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에 대해 정치인들이 자기 일처럼 마음 아파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금 보면 공감 능력이 부족한 정치인이 많이 보인다"고 꼬집기도 했다.
강의를 마친 박 전 위원장은 시민들이 포스트잇에 적은 궁금증에 직접 답하거나, 즉석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등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갔다.
한 시민이 '당헌 80조' 개정안이 이날 민주당 중앙위원회에서 가결된 것을 두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창피한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 국민이 원하는 게 뭔지 왜 당은 관심이 없을까 답답한 마음"이라며 "복지 사각지대 해소나 물가대책, 이런 것 얘기해도 모자랄 시간인데 모든 민주당 관련 이야기는 당헌 80조다"라고 했다.
아울러 "저는 국민이 원하는 대책과 정책을 세우면 국민이 지켜주실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국민을 믿고 가야 하는데 당헌 80조에 매달리는 모습에 아쉽다"고 덧붙였다.
기득권 정치에서 청년 정치인들이 활약할 수 있는 방법을 묻자 "지금보다 더 많이 청년 정치인들이 뭉치고 함께 목소리를 내는 그룹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저도) 혼자 싸우려다 보니까 힘들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현재 집필중인 책의 내용을 묻는 질문엔 "비대위원장으로 활동한 82일 동안의 이야기만 쓰려고 했는데, 당 대표에 도전할 당시의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었다"며 "외에도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정치를 하면서 어떤 나라를 꿈꾸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고 했다.
강연을 들은 한 시민은 박 전 위원장에게 "언론에서만 볼 때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강연을 듣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박 전 위원장은 "감사하다"고 답했다. 강연 후 쇄도한 사진촬영 요청에 친절히 응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50여명의 시민들이 발걸음해 박 전 위원장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제1기 왁자지껄 정치학교는 9월 2일(국민의힘 곽관용 남양주시 을 운영위원장), 16일(민주당 유호준 남양주시 병 도의원), 23일(정의당 장형진 남양주시 병 지역위원장)에도 같은 장소에서 진행 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인디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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