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0일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이름으로 창당한 조국혁신당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한국 정치에서 거대 두 정당이 번갈아 가면서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에 거대 야당이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고 대립을 일삼고 있다. 이를 목격한 국민은 완충작용을 할 제3세 지대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그런데도 오랫동안 제3세력을 지켜온 정의당과 이재명의 독주에 반대하여 민주당을 탈당한 의원들이 이낙연의 새로운미래나 국민의힘에서 뛰쳐나온 이준석에 합류해서 개혁신당을 만들어 제3지대 빅텐트를 시도했다. 결국, 이 모두가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해 지리멸렬(支離滅裂)해 향후 생존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월 13일 조국혁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19일 만인 3월 3일에 중앙당을 창당했다. 그가 만장일치로 추대된 대표 수락 연설에서 검찰 공화국의 탄생을 막지 못해 사과드린다면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을 하루빨리 종식 시켜야 하는 소명이 운명적으로 주어졌다”라고 말하고, 윤석열을 탄핵하고 한동훈을 특검해야 한다는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조국의 행보에 여론이 반응하여, 지난 19~21일 실시된 한국 갤럽의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국민의힘의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가 30%, 더불어민주당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23%, 조국혁신당이 22%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왔다.21일 공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국민의미래가 27%로 역시 선두를 차지하고, 뒤를 이어 조국혁신당이 19%를 차지하였고, 더민주연합은 16%에 그쳐,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의 비례정당을 추월한 것이다.
그 외에 스트레이트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21일에 비례대표 정당 투표 의향을 물은 결과 국민의미래 35.3%, 조국혁신당 30.2%, 더불어민주연합 19.2%로 조사됐다. 급기야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2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미래 29.8%, 조국혁신당 27.7%, 더불어민주연합 20.1% 순서로 나타났다. 조국 혁신당이 민주당을 확실하게 제치고 국민의힘까지 넘보는 수준까지 올랐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비례대표 46인에 대입하면 조국혁신당이 4·10 총선에서 10~14석 내외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제22대 국회에서 현역들이 참가한 정의당, 새로운미래나 개혁신당을 제치고 조국혁신당이 제3정당이 된다는 의미다. 정당 경험이 전혀 없던 조국이 그의 이름을 딴 조국혁신당을 창당하고 의원 한 명 없이 창당한 지 한 달 7일 만에 대한민국 정당의 제3세력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여기서 2019년에 한국 사회를 완전히 두 편으로 나누었던 이른바 ‘조국사태’를 소환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19년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내정하는 개각을 단행한 후, 우여곡절 끝에 9월9일에 조국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조국은 서울대학교 법학 교수로 재임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문재인 정부의 풀범에 즈음하여, 강남좌파로 자칭하면서 SNS를 통해서 진보 개혁 세력의 여론을 주도하였고, 문재인에 의해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제66대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된 것이다.
그러나 조국이 SNS등을 통해서 주장해 오던 언행이 ‘내로남불’이되어 법무부 장관 임명 받은 후 1개월여 만인 10월 14일에 사퇴하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조국을 고집하다가 ‘조국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검찰총장에 임명한 윤석열에 의해 조국이 단죄되고 문재인 정부는 윤석열에게 정권을 넘기는 단서를 제공했다고도 볼 수 있다.
조국 사태는 조국의 내로남불과 조국, 정경심 부부가 조국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와 공주대 생명과학연구소 등 허위 경력과 정경심이 교수로 재직했던 동양대 총장의 허위 표창장 등을 이용하는 등 각종 서류를 위조하거나 허위 발급해 아들 조원과 딸 조민을 불법적으로 일류대학과 대학원에 입학시킨 부정 불법행위를 저질렀덩 일련의 부정과 그의 가족과 연관이 있는 듯한 사모펀드, 선친 때부터 운영해온 사립학교인 웅동학원 문제 등 여러 문제로 법의 판단을 받게 된 내용이다.
그 결과 정경심은 2022년 1월 27일, 징역 4년 징역, 추징금 그리고 벌금에 대한 형을 받고 복역하던 중 2023년 9월 26일 추석을 앞두고 가석방으로 풀려난 상태다. 조국도 1심과 2심에서 2년 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황이며, 딸 조민은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허위 작성 공문서 행사와 업무방해 등 혐의로 벌금 1천만 원을 선고 받았다. 그에 앞서 조민은 고려대학교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과 졸업이 취소되어 고등학생 신분으로 남게 되었다.
검찰이 온 가족을 도륙했다고 주장하는 조국 가족 4명이 집단으로 권력과 권한을 이용하여 특권층만이 누릴 수 있는 학벌 문제를 가지고 국민정서를 뒤흔들었고, 국민은 친 조국과 반 조국으로 반으로 나누어졌다.
2019년 9월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는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을 외친 시위가 이어졌고, 2019년 10월3일에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조국을 구속하라! 구속하라!"라는 대대적인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 주최 측은 각각 2~3백만이 운집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즉, 온 나라가 조국 지지와 반대 양쪽으로 나누어 격렬한 시위를 벌렸던 것이다.이른바 조국사태는 ‘공정성’ 문제에 민감한 국민이 서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을 가져서 찬성과 반대 어느 쪽 가릴 것 없이 갈수록 공고해졌다. 조국 문제에 관한 한 절충과 타협의 '제3지대'는 존재하지 않았다. 조국사태는 영국의 사전에 내로남불(Naeronambul)로 명명되어 한국 사회의 위선으로 인한 갈등 현상을 대내·외 노출한 부끄러운 사건이었다.
우리 사회가 조국의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은 지 4여 년 만에 조국이 정치권에 강풍처럼 등장한 것이다. 창당한 지 며칠 만에 여론조사에서 두각을 보이고 비례대표에서 민주당을 제치고, 집권 국민의힘 진영까지 넘보는 자리에 오르는 이 현상을 ‘제2의 조국사태’로 보아야 할 것이다. 첫 번째 ‘조국사태’가 조국 개인의 힘이었다면 ‘제2의 조국사태’는 민주주의 제도를 빌려 제3 정치세력의 힘으로 나타난 것이다.
국가 사회를 움직이고 유지하는 데는 법과 도덕이 기본이다. 또한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법과 도덕 외에도 인간의 기본적인 상식과 보편적인 가치 또한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구성원 모두가 이를 믿고 지킬 때 국가 사회 공동체가 유지되고 발전하는 것이리라. 조국혁신당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캐치프레이즈를 내 걸고 비례대표에서 돌풍을 일으켜 강력한 야당인 더블어민주당을 넘는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일반인의 법과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되지 않는 면이 많다.
돌풍으로 등장한 조국혁신당 현상을 계기로 우리 국가 사회를 조망해 본다.
첫째, 다양한 직능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자 탄생된 비례대표제가 21대 총선에 이어 '준연동형'으로 전환되면서, 조국혁신당 현상이 발생하여 오랜 민주주의 정신이 훼손되고 부 자격자를 국민의 검증 없이 국회의원에 선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내로남불의 상징인 조국이 큰 정치세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열어준 것은 국가 사회가 법과 도덕 상식이 지배하는 기준이 허물어진 병리 현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이어 조국이 범법을 하고도 국민의 대변자가 되어 국정의 중요 파트너로 참여한다는 것은 공정과 정의의 가치와 기준이 허물어졌다는 것이다. 사실 조국으로 인해 문재인 정부가 내리막길을 걸었고, 진보와 보수가 번갈아 2회씩 정권을 잡았던 전통을 이어가지 못한 원인의 하나가 조국사태였다고 믿는 국민 앞에 나타난 조국혁신당의 돌풍은 국민을 당황하게 만든다.
주권이 국민에 있다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나타난 이 ‘제2 조국사태’는 정상적인 현상이 아님이 틀림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 정치학 박사 박 채 순, parkcoa@naver.com <저작권자 ⓒ 인디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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