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2의 태평양 전쟁’은 끝났나…李정부의 선택적 침묵

권력을 잡자 멈춘 외침…‘핵 폐수’ 프레임의 불편한 종말
‘제2의 태평양 전쟁’에서 한일 협력까지, 설명 없는 급선회

김은호 | 기사입력 2026/01/13 [15:09]

[기자수첩] ‘제2의 태평양 전쟁’은 끝났나…李정부의 선택적 침묵

권력을 잡자 멈춘 외침…‘핵 폐수’ 프레임의 불편한 종말
‘제2의 태평양 전쟁’에서 한일 협력까지, 설명 없는 급선회

김은호 | 입력 : 2026/01/13 [15:09]

▲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일본 나라현 정상회담장에서 확대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제1책무. 일본의 원전수 해양투기는 사실 일본의 극히 이기적인 행태라고 생각됩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당시 당대표가 거리와 국회, 국제무대에서 반복하던 언어다. 민주당은 단식 농성을 벌였고, 국제기구에 서한을 보내며 ‘핵 폐수’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오염수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절대악이자 정치적 투쟁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풍경도 달라졌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정부의 목소리는 눈에 띄게 잦아들었다. 야당 시절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내던 규탄 성명과 경고는 사라졌고, “1g의 방사능도 용납할 수 없다”던 강경 발언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대신 정부는 “국제기구 기준을 존중한다”, “국제사회와 공조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반복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장면이다. 과거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 “일본의 대변인”이라며 몰아세웠고, 과학적 검증 결과를 제시하는 전문가들을 ‘돌팔이’로 낙인찍으며 공포를 키웠다. 그러나 정권을 잡은 뒤 마주한 현실은 그들이 부정했던 바로 그 ‘과학적 수치’와 ‘국제 질서’였다. 방류 이후 우리 해역의 방사능 수치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다는 데이터가 축적되자, 정치적 언어로 포장됐던 ‘괴담’은 설 자리를 잃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태도의 급변이다. 야당 시절엔 ‘굴종 외교’라 비난했던 논리를, 여당이 된 지금은 아무 설명 없이 차용하고 있다. 오염수 문제에 대한 침묵은 정책의 변화라기보다, 책임의 무게 앞에서 정치가 말을 거둔 모습에 가깝다. 결과적으로 이 사안이 국민 건강에 대한 진지한 문제 제기였다기보다, 정권 교체를 위한 정쟁의 도구였음을 스스로 입증하는 셈이 됐다.

 

정치는 신뢰 위에 서야 한다. 야당일 때의 분노가 여당일 때의 침묵으로 바뀌는 것을 ‘현실 인식’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그것은 국민에게 던졌던 말과 약속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이며, 정치적 신의의 파기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아픈 과거가 있지만 새로운 60년을 시작하자”며 일본과의 미래 협력을 강조했다. 외교적 메시지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불과 얼마 전까지 ‘제2의 태평양 전쟁’을 외치던 정치 세력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화해와 협력의 언어로 돌아선 장면은 묘한 질문을 남긴다.

 

그들이 말하던 전쟁은 정말 끝난 것인가. 아니면 권력을 잡는 순간, 종전 선언조차 없이 사라진 정치적 수사였던 것인가. 어제의 분노와 오늘의 침묵 사이에 놓인 간극을,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기억은 다음 선택의 기준이 될 것이다.

<이메일 : hunjang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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