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선거, 공약(公約)은 어디 갔나?

박용상 | 기사입력 2021/12/03 [19:56]

[사설]대통령 선거, 공약(公約)은 어디 갔나?

박용상 | 입력 : 2021/12/03 [19:56]

▲ 정치학박사 박용상     ©인디포커스

 

[논설위원 박용상]대통령 선거가 이제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런데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아직 제대로 전열을 가다듬지도 못하고, 파열음만 계속 내고 있다.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가겠다고 선언하며 당원들이 주인인 정당을 마치 개인의 정당인 것처럼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선대위가 원팀이 되지 못한데 대한 역량집중 부족과 불필요한 요식과 절차가 능률을 저해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처방안일 것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선대위활동과 당무가 본인이 제외된 채 진행되고 있다며 모든 당무를 거부하고 공개적 잠적을 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가 이준석 대표의 잠적을 마치 바람이나 쐬러간 것처럼 표현하자, 이 대표는 당 대표는 대통령 후보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윤 후보를 직격 했다. 과거 윤 후보가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을 향해 검찰은 장관 부하가 아니다라고 발언했던 것을 인용한 것이다.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이 높자, 정권창출이 될 것이라는 확신과 자만에 빠져 권력투쟁에 한창인 것처럼 보인다.

 

이러는 가운데 각 후보 진영은 선거에서 유권자에게 가장 핵심적으로 보여야 할 정책비전이나 공약은 보여주지 않고, 상대 후보와 가족 및 진영에 대한 비난이나 흠집 내기, 즉 네거티브 선거운동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선거운동에 있어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다.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는 후보들은 본인들의 부도덕한 부분이나 부족한 역량에 대해서는 드러내지 않는 반면, 탁월한 직무능력이나, 타의 모범이 될 만한 행적 등, 득표에 도움이 되는 부분들은 유권자에게 적극 홍보한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후보자에 대한 정보의 정확성이 떨어져 후보자를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사실에 근거한 상대 후보자의 이념적 정향, 개인적 도덕성, 직무능력 등에 대해 옳고 그름을 알려주는 것은 국가발전을 위한 대통령의 선택에 매우 도움이 된다. 각 후보는 본인의 장점만을 홍보할 뿐, 단점에 대해서는 감추기 때문에 후보자가 상대 후보자의 잘못된 점, 무능력한 부분, 문제가 발생될 수 있는 사항에 대해 알려주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일이고 국가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후보자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통해 유권자를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게도 만들지만, 많은 정보를 제공하여 두 후보자를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또한 선거가 끝난 후 근거 없는 사실을 조작해 상대편을 중상모략하기 위한 마타도어라는 것이 밝혀진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되므로 정치적 학습경험이 높아진다. 네거티브 선거캠페인이 유권자들에게 후보자들의 정치적 입장이나 주요한 이슈에 대해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많은 실험연구결과는 이처럼 네거티브 선거 운동은 정보제공의 가치가 있음을 분명히 밝혀주고 있다.

 

반면 네거티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치혐오증의 확산이다. 실제로 1988년에 실시된 미국 제41대 대통령 선거에서 부시 진영이 지나친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벌인 탓에 투표율이 겨우 50%로 미국 대통령 선거 중 역대 최저였다.

 

네거티브가 판을 치는 선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거 이후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는 것이다. 네거티브로 선거를 치른 부시 역시 그 후유증을 톡톡히 치러야 했다. 부시는 네거티브에 집중했기 때문에 선거에서 승리하기까지 정책에 대해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선거공약은 단순히 유권자들로부터 표를 얻기 위한 수단만이 아니다. 본인이 대통령이 되면 이러한 정책을 펴려고 하는데 유권자들의 생각은 어떠한가를 묻고, 동의를 얻는 과정의 한 형태다.

 

그런데 부시는 선거운동을 진행하면서 승리에만 급급했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만약 부시가 경제에 필요한 변화와 그가 바꿀 미래에 관해 선거운동을 벌였다면 집권 후의 상황은 훨씬 좋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다시 당선될 수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좋은 업적을 남기기 위해서는 선거 과정에서 자신의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만 선거를 통해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취임 이후 정책을 집행할 추진력이 생긴다. 성공한 대통령이었던 루스벨트나 레이건 등은 모두 선거 과정에서 자신의 정책에 대해 국민의 동의를 얻은 결과 강력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직 네거티브에만 집중하는 선거는 이런 기회를 빼앗겨 버린다. 유권자들은 당선자가 어떤 정책을 집행할지 알 수가 없다. 그럴 경우 유권자들은 오직 특정 후보가 싫어 그 반대 후보자를 뽑았을 뿐인 상황에 처하게 된다. 결국 정책이 없이 과도하게 진행되는 네거티브 선거는 낙선자뿐 아니라 당선자에게도 많은 상처를 입히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돌아간다.

 

이제 대통령 선거가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후보자와 후보자의 캠프는 집권 후의 자리와 처신에만 연연하지 말고, 정책과 비전으로 국민과의 대화에 열중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문자 해독율과 학습열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해있다.

 

또한 역대 수많은 대통령 선거에서 근거 없는 모략적인 네거티브 선거운동에 속아 이에 대해 많은 학습경험을 갖춘 유권자들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IT산업의 발달로 정보전달 능력이 세계최강이다. 선거환경이 이러하므로 근거 없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메일 : khh93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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