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8일 오후 2시 박성재 법무부장관에 대한 변론을 열었다. 탄핵소추된 지 96일만으로 추가 증인 채택 없이 당일 2시간 만에 종결됐다. 박 장관은 최종 진술에서 국회 측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헌재의 신속한 각하 결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다수당 의도대로 탄핵소추권을 남발하는 건 다수결 원칙을 악용한 전제정치이자 폭정이다"며 "국회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서울동부구치소에 구금 시설 마련을 지시한 적도,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 삼청동 안가에서 계엄 후속 조치를 논의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의결서에 파면시킬 만한 내용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청구인 측에 묻고 싶다”며 “이번 탄핵은 오로지 장관 직무정지 목적으로 이뤄진 국회 권한남용”으로 "신속히 각하해 조속히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래는 박성재 법무부장관의 최종진술 전문이다.
우선 피청구인에게 진술할 기회를 주신 재판관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평소 나름 모범적으로 공직생활을 해왔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 탄핵심판정에 서게 된 것을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무릇 탄핵은 국가에게는 그 소추 의결 자체로 고위 공직자의 직무가 정지되고 대행 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어, 국정 공백 내지 정부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게 되고, 공직자 개인에게는 소추되었다는 사실 자체로 불명예스럽고, 나아가 그 소추가 인용되면 그 직에서 파면되는 결과 외에도 연금 등 여러 가지 권리에 엄청난 불이익이 따르게 됩니다. 이러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만큼 국회의 탄핵소추는 충실한 조사와 증거수집 절차로 신중하고 엄정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나라 탄핵심판제도는 사법절차나 징계절차에 의한 처벌 징계가 곤란한 사람들에 대한 보충보완적 제도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치적 심판이 아니라 규범적 심판 절차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므로 소추 및 심판 절차에서는 증거에 근거한 판단을 하여야 합니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그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국회 역시 증거로 입증 가능한 탄핵사유에 대하여 소추의결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본건 탄핵소추의결에 있어서 국회는 사실확인을 위한 그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아니하였습니다.
오늘 여기서 소추 의결한 지 100일이 되었는데 그 소추 사유 중 하나인 장시호 관련 자료 미제출과 관련해서, 국회의원들께서 그 자료를 받았는지 여부를 이제 확인하겠다고 합니다.
본인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는 국회 차원의 별도의 조사나 증거수집 절차 없이 비상계엄이 내란이며 침묵은 공모라는 궤변을 주된 탄핵 사유로 삼았고 구체적인 헌법 법률 위반 행위조차 제대로 특정하지 않은 채 소위 카더라식 의혹 제기에 불과한 언론 기사들을 증거로 첨부하였을 뿐입니다. 소추 당시 탄핵 사유를 입증할 구체적 증거는 없었으며 현재까지도 없습니다.
이렇듯 탄핵 사유를 뒷받침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음에도, 국회법에서 정한 조사절차마저 생략한 채 이루어진 이건 탄핵소추는 소추절차 자체가 국회법에 위반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만약 국회 측이 국회법에 규정된 탄핵소추를 위한 조사 절차는 임의규정이고 재량 사항이므로 관련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고, 탄핵소추권은 국회의 권한이므로 증거 없이도 소추 가능하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이제껏 검찰의 처분이나 정부의 재량행위에 대해서 권한남용이라며 문제를 삼아온 국회의 입장과 사뭇 다르다고 할 것입니다. 바로 내로남불입니다. 헌법재판소는 그러한 국회의 주장을 배척하여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향후에도 아무런 증거도 없이 탄핵소추권 행사를 남용하는, 이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국회의 졸속 탄핵소추는 탄핵인용 즉 파면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고위공직자의 직무정지 이를 통한 국정공백 내지 마비를 초래하기 위한 의도로 제기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명백한 탄핵소추권의 남용으로 각하되어야 합니다.
탄핵소추권이 국회의 권한이라고 다수당의 의도대로 다수결에 의하여 탄핵소추권을 남발하는 것은 다수결의 원칙을 악용한 다수의 전제정치이자 다수의 폭정입니다. 다수에 의한 전제정치가 민주주의가 처할 최고의 위험이라고 많은 석학들이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에 저는 헌법재판소가 신속한 각하 결정으로 이러한 국회의 폭정에 제동을 걸어 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헌법재판소가 민주주의와 헌법 가치를 수호하여 줄 것으로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2024년 12월 12일,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로 법무부장관의 직무는 바로 정지되었고, 1회 변론 기일까지 거의 100일이 흘렀습니다. 헌법재판소에서 절차가 지연되는 동안 국회는 자신들이 의도한 탄핵소추의 목적을 이미 달성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청구인 측에 묻고 싶습니다. 정녕 본건 탄핵소추 의결서에 법무부 장관을 파면시킬 만한 내용이 들어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본건 탄핵소추를 의결한 것이 맞습니까?
본건 탄핵청구는 내용 자체로 헌법 및 법률위반행위라는 탄핵사유를 구비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증거법상으로도 객관적 증거라고 볼 수 없는 의혹 제기성 언론보도만으로, 의원들의 일방적인 주장이 담긴 회의록만으로 증거 없이 탄핵소추를 진행하였습니다. 즉, 사실 인정을 위하여 심리의 대상이 될 만한 증거는 애당초 제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청구인 측이 탄핵사유로 내세우고 있는 비상계엄을 통한 내란공모 및 동조의 정황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바로 내란행위이며 법무부 장관으로서 이를 저지 못한 것이 바로 내란의 동조, 공모라는 논리의 비약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그러나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비상계엄의 선포가 바로 내란행위라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궤변이고, 관련자들의 국회에서의 증언 그리고 검경수사 과정에서 제가 공조 공모 동조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음이 이미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언론 보도를 근거로 한 2024년 12월 4일자 안가 비상계엄 모의와 동부구치소 구금시설 마련 지시 역시 같은 과정을 통해 전혀 사실이 아님이 이미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동부구치소 관련은 해당 언론이 오보라며 정정 보도까지 하였습니다. 청구인 측은 제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는 황당한 주장도 하는데 도대체 제가 어떤 행위로 누구 편을 들었다는 말입니까?
또한 저는 정당한 사유 없이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한 사실도, 국회를 경시한 사실도 없습니다. 관련 법률과 법원 판례에 따라 국회에 자료를 성실히 제출하였고 또 필요한 설명도 다 해드렸습니다.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우리 직원들이 직접 찾아가서 설명도 하기도 하였습니다.
제안 설명을 하는 국무위원에게 소리치고 삿대질하는 국회의원을 쳐다보았다는 것이 국회의 경시 태도입니까? 제안 설명이 끝나고 더 이상 질의를 할 수 없는 상황인, 투표가 시작된 상황에 이석한 것이 국회를 경시하였다는 것입니까? 어느 조항에 국무위원은 투표가 끝날 때까지 그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까?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저의 어떠한 행위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였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거듭 강조하건대 본권 탄핵소추는 오로지 법무부장관의 직무 정지를 목적으로 이루어진 국회의 권한 남용입니다. 다수결 원칙에 편승하여 법을 악용한 다수당의 폭거에 불과합니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제기되는 이러한 국회의 후안무치한 정치적 탄핵소추, 즉 국회의 권한 남용은 그 피해자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당사자인 공직자들입니다. 두 번째로, 무용한 절차를 진행하여야 하는 헌법재판소입니다. 그리고 그 무용한 절차에 혈세를 부담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피해자입니다. 정말 있을 수 없는, 있어서도 안 되는 국가 역량의 낭비입니다.
그럼에도 정작 국회는 그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 해 수억 원이 넘는 국회 측 대리인 비용까지 국민들이 혈세로 부담하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불의이며 국고손실행위이자 헌정질서 문란행위라고 할 것입니다.
이제는 헌법재판소가 기각 결정이 아니라 각하 결정으로 국회의 불법을 선언함으로써 헌정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때입니다. 법의 지배가 아니라 법을 이용한 지배로 흐르고 있는 국회의 폭거에 제동을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부디 신속한 각하 결정으로 국회의 남용에 적절한 제동을 걸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성태(시인/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인디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메일 : jst0104@hanmail.net>
![]()
박성재, 헌법재판소, 변론, 탄핵소추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