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체험일까? 정신적 현상일까?

정성태 | 기사입력 2025/07/04 [13:47]

종교적 체험일까? 정신적 현상일까?

정성태 | 입력 : 2025/07/04 [13:47]

20대 후반에 있었던 일이다. 개신교 신앙인으로, 해방신학과 민중신학에 심취해 있을 때다. 세상의 모든 불의와 불평등을 갈아엎고 새로운 희망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당시 서울 소재 어느 중형교회 청장년 회장으로 봉사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예기치 않은 신앙적 체험을 하게 됐다. 

 

어느날 서로 다른 교회에 출석하시던 어느 분이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하게 됐다. 그런데 그분 부인께서 내외가 기도원에 갈 계획인데 동행해 주기를 부탁했다. 마침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쉬고 있었다. 하지만 기도원에 가는 것을 곱지 않게 여기던 터라 망설여졌으나, 그간 입은 마음의 빚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

 

며칠후 기도원으로 향하게 됐는데, 여름방학 기간이어서 그런지 남녀노소 사람들로 빼곡했다. 따로 방도 있었으나 우리 일행은 넓은 성전에서 잠을 청했다. 처음에는 적응되지 않았다. 모두 제정신 아닌 광신도들로 여겨졌다. 그렇다고 내색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한달 가량 머물렀던 듯싶다.

 

많은 사람의 통성 기도 때문에 묵상 기도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일주일 가량 됐을 무렵, 그날은 묵상 기도가 됐다. 이내 정수리 5센티 위쯤에서 무언가 낮은 압력이 가해지며 천천히 회전했다. 깊은 고요와 함께 의식은 어디론가 빨려들었다. 그러다 목사의 설교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를 듣고 의식이 깨어 났다. 

 

그런 이틀 후 목사 설교 2~3분 후에 대형 십자가 왼쪽 하단에 천연색 예수 얼굴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걸 두고 성전 조명이 십자가에 반사되기 때문으로 여겼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 두 번 확인했으나 색상만 조금 약해진 채 그대로였다. 그래도 믿기지 않아서 세번째 고개를 돌려 확인했으나, 더는 보이지 않았다. 

 

그로부터 또 며칠 후, 정신적 문제로 고통받던 젊은 여성을 향해 그 어떤 무엇이 '사도신경 외워봐'라고 말할 것을 충돌질했다. 인간의 의지는 그것을 애써 억누르려 하였으나, 또 다른 무언가는 자꾸만 말하도록 솟구쳤다. 이 둘이 대립하다 끝내 "네 이년, 사도신경 외워봐"라는 큰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런데도 그 여성은 어떠한 불평없이 곧장 십자가를 향해 무릎 꿇더니, 사도신경을 암송했다. 그러던 중 뒤로 벌렁 넘어지더니 양쪽 손과 발을 허공에 대고 마구 내저었다. 그러다 정색을 하고 자리에 앉자, 또 다시 서로 다른 그 무엇이 충돌했다. 이내 큰 소리로 "네 이년! 사도신경 다시 외워봐"하고 소리쳤다. 

 

이번에도 십자가를 향해 무릎 꿇더니 사도신경을 암송했다. 이때 동행했던 분이 화장실 가겠다고 하셔서 이후 상황은 알지 못한다. 그 여성이 평소에는 일반인과 다름없었으나, 가끔 돌발적인 모습을 보이곤 했다. 다음날 여성이 보이지 않아 알아봤더니, 기도원 측에서 보호자와 함께 귀가 조치했다고 한다.

 

기도원에 한 달 가량 있는 동안 묵상 기도는 하루 외에는 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기도 시간이 되면 평소 좋아하던 성경 구절을 크게 읽으며 다른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마음 살폈다. 그럼에도 뜻하지 않게 다가왔던 신앙적 체험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이후 성경을 보는 안목도 변하기 시작했다.

 

귀가한 후 며칠째 되던 날, 평소 알고 지내던 부동산중개소에 방문하였다. 그날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경찰서와 검찰지검 수사관이 머리 식힐 요량인지 사무실에 빼곡했다. 그들에게 기도원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줬더니, 다들 의아한 표정이다. 거기 가톨릭 신자도 있었는데, 그 사람만 유일하게 인정했다.

 

다음날도 방문했다. 전날 있던 사람 가운데 두 명이 보였다. 다른 사람도 있어서 같은 말을 했더니, 어제 들은 사람이 "자꾸 이상한 말만 한다"며 핀잔이다. 그러던 중, 밖에서 어떤 중년 부부가 사무실 안을 쳐다보며 무언가 중얼거렸다. 그 순간 "저기 밖에 있는 두 사람 귀신 씌였는데, 곧 들어올 것"이라고 확언했다.

 

전혀 의도한 바가 아닌, 그저 아무 생각없이 불쑥 튀어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염려되기도 했다. 두 사람이 들어오지 않으면 망신을 사게 될 것이기에 그랬다. 다행히도 이내 그들이 들어왔다. 그걸 보면서 내심 의기양양했다. 사무실에 들어온 그들은 벽에 걸린 대형 지도를 보며 횡설수설하다 그냥 나가버렸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사무실 앞에 도착하니,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이 없었다. 다만 어떤 중년 여성이 상담 중이었다. 순간 귀신 씌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업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가까운 치킨집에서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사무실에 갔다. 대뜸 그 여성이 무슨 상담을 했는지 물었더니, 점집 구하러 왔다고 한다.

 

설명하기 어려운 이상한 현상의 연속이었다. 이번에는 홀로 불암산을 오르게 됐다. 산길을 따라 걷는데, 힘이 들어서 연신 땅만 보며 발길을 옮겼다. 그러다 숨을 고르기 위해 걸음을 멈춘 후 정면을 응시하는데, 갑자기 나무로 된 목걸이형 작은 십자가 하나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이 무렵 신학교 입학을 권면하는 두 분이 계셨다. 기도원에 함께 다녀온 분으로, 학비와 생활비 지원을 약속했다. 또 다른 분은, 극동방송에 관계하던 목회자로 장학금 제도 활용과 생활비 조달을 위한 교회 추천을 제안했다. 모두 더없이 고마운 일이었고 또 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고사하고 말았다.

 

그런 이후 다시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게 됐다. 그 전에 있었던 기이한 현상도 더는 생기지 않았다. 다만 신앙관은 차츰 내세론으로 바뀌어 갔다. 이때 처음 접한 찬송가 제목이 '나 맡은 본분은'이었다. 이 찬송을 부를 때마다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부끄러운 탓에 애써 감추려해도 소용이 없었다.

 

인생은 선택의 길 위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뜻대로 되지 않거나 또는 선택하지 않아서 오히려 행복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어진 기회를 따르지 않아서 일생 후회로 남는다면 또 다른 문제다. 이러한 기록이 무신론자 입장에서는 쉽사리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그 또한 선택에 관한 것이라 여긴다.

 

▲ 정성태 (시인/칼럼리스트)   ©인디포커스

 

정성태(시인/칼럼니스트)

<이메일 : jst01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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