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취재인터넷언론인연대/인디포커스편집 김문정]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전 직원 A씨는 여성가족부 국고보조금 사업으로 받은 인건비를 정대협에 기부한 이유를 두고 “양심의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국고보조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기 위해 은행 이체 수수료 500원도 아껴가며 여성가족부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지원사업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검찰은 해당 직원의 “기부” 행위를 두고 “칭찬받았냐”, “1/N로 나누지 그랬냐”는 식으로 비꼬는 태도를 보였다.
25일 오후 서울지방법원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문병찬) 심리로 윤미향 국회의원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관련 10차 공판이 열렸다.
정대협 전 직원, “기부는 양심의 선택”이라 강조하자, 검찰, “칭찬받았냐”
이날 공판은 여성가족부 국고보조금 사업으로 받은 인건비를 받아 정대협에 기부한 전 직원이 증인으로 나와 주목받았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A씨는 국고보조금으로 받은 인건비는 스스로 정대협에 기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부 이유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정대협 직원들과) 늘 야근하면서 고생한 활동가 언니들에게 인간적으로 인건비를 혼자 받는다는 데 대해서 미안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기부했다”며 “제 개인적인 양심적인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2013년 1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정대협에서 주로 홍보사업을 맡았으나, 2014년에는 여성가족부의 일본군‘위안부’피해자 치료사업을 담당했다. 2014년부터 자신이 피해자 지원업무를 맡고 싶다는 의사에 따른 것이었다.
그는 2014년 당시 여가부의 피해자지원사업으로 책정된 월 150만 원의 인건비를 받았으며, 이와 비슷한 액수를 정대협으로부터 월급을 받았다. 이 중 여가부 피해자 지원사업 전담자로 받은 인건비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정대협에 기부했다.
검찰 측이 국고보조금 인건비를 정대협에 ‘반환’한 사기행위라는 주장이 전 직원의 ‘기부행위’라는 증언으로 무색해진 셈이다.
A씨가 거듭 ‘기부’라는 답변을 하자, 이에 만족하지 못한 검찰은 A씨를 상대로 “(치료사업 중) 단순 카드 정리가 아니고 엄청 일했다는데 그런데도 한 달 치 월급을 정대협에 기부한 것이냐”, “기부하라고 누가 지시했느냐” “훌륭한 직원이 고귀한 결정을 했다는 취지로 칭찬받았냐”, “고마웠다면 정대협에 기부할 게 아니라 일한 언니들에게 1/N하면 되지 않느냐”며 비꽜다.
이에 A씨는 검찰 측을 향해 “공격적”이라고 강하게 반박하며 “(윤미향) 대표님이 강연 나가면 외부 강연비를 그대로 정대협에 후원하는 것을 봤다. 계속 말했듯이 정대협 활동에 후원하고 싶어서 기부행위를 한 것뿐인데, 죄 추궁하듯이 말하는 건, 왜 이 자리에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정대협, 국고보조금 은행 수수료 500원 아껴가며 ‘위안부’피해자 지원사업 진행
이날 증인 신문 과정에서 2014년 정대협이 처음 수행한 여성가족부 일본군‘위안부’피해자 치료사업 내용이 공개됐다. 은행 수수료 500원까지 아껴가며 국고보조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정대협은 2014년 여성가족부로부터 일본군‘위안부’피해자 치료사업 진행을 부탁받아 수행했다. 2013년까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맡았으나 사업수행이 어려워 정대협이 맡게 된 것.
이를 위해 여가부 직원이 정대협을 방문해 사업수행을 요청했으며, 이에 사업공고 마감일인 2013년 12월을 넘겨 2014년 1월에 정대협은 사업신청서를 제출했다. 정대협은 생존자복지사업의 하나로 이미 피해자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에, 여가부의 사업을 수행하기에 적합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 생존자복지사업과 달리 여가부 사업에는 피해자 건강치료비지원사업이 추가되어 있었다. 피해자 건강치료비지원사업은 피해자들의 비급여 치료비 지급을 위한 ‘힐링카드’ 지원 및 관리이다.
A씨는 “당시 여가부 담당자가 정대협 사무실에 와서 치료사업에 대해서 정대협에서 맡아서 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정대협 생존자복지사업과 여가부 사업의) 큰 차이점은 여가부와 우리은행이 협약해 힐링카드를 생존자 할머니들에게 모두 지급해서 비급여 치료비로 사용하게 하는 사업이다. 그 부분은 정대협이 하지 않은 업무라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대협은 2014년 여가부 국고보조금 지원사업을 수행하면서 피해자 지원을 위해 계획을 촘촘히 세우고 국고보조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사업계획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날 공판에 제시된 증거에 따르면, 2013년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정서적안정, 건강치료, 경상운영비로 사업을 나눠 예산을 집행했지만, 2014년 정대협은 인건비, 관리운영비, 전국순회방문, 정서적안정지원사업, 건강치료비지원사업 등으로 나눠 사업을 집행했다.
예산액에서도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정서적 안정사업 2천8백여만 원, 건강치료사업 9천7백여 만 원을 책정한 반면, 정대협은 전국순회방문 8백여만 원, 정서적 안정지원사업 4천5백여만 원, 건강치료비지원사업 1억 2천여만 원으로 계획을 세웠다.
특히, 경상운영비의 경우,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3천3백여만 원을 예산으로 세웠으나, 정대협은 2천8백여만 원으로 경상비를 줄이고 최대한 피해자 지원에 국고보조금이 사용되도록 했다.
정대협이 책정한 경상비 중 인건비는 1천8백여만 원이었는데, 이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2013년에 책정한 인건비보다 낮은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사업계획서를 보면서 예산은 늘었는데 인건비 비중이 줄어든 데 대해서 할머니들께 더 지원되는 지원금 비중을 늘리려고 했다고 생각했다”며 “사업결과보고서에 할머니들께 지원되는 건강치료비항목이 전년도에 비해 30%이상 늘었다. 할머니 지원금액을 확대하고 인건비는 전년도에 비해서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국고보조금인 은행 수수료 500원을 아끼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A씨는 ㄱ은행이 주거래은행이었으나, 여가부 국고보조금은 ㅇ은행 계좌였기 때문에, 타은행이체 시 발생하는 수수료 500원을 아끼려고 ㄱ은행이 아닌 자신의 ㅇ은행 계좌를 인건비 지급통장으로 활용했다.
그는 “보조금 통장 계좌가 ㅇ은행과 여가부가 협약해서 ㅇ은행만 가능했다. 제가 가진 ㅇ은행으로 인건비를 지급하게 되면 수수료 500원이 안 든다”며 “국고보조금 500원을 사실 다른 목적으로 좋게 쓸 수 있는데 제 계좌가 있으니 국고보조금 500원을 아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대협은 2014년 한 해만 여가부 사업을 수행했다. 시민단체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그에 따르면, 여가부는 어버이날이 되면 피해자들에게 ‘여성가족부’라는 이름이 적힌 꽃을 보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병원에 입원 중인 피해자는 꽃을 받을 수 없고, ‘위안부’피해자가 공개되기를 꺼리는 할머니들에게 ‘여성가족부’의 이름이 적힌 꽃을 받게 할 수 없었던 것.
또 다른 일례로 여가부가 명절 선물로 곶감을 드리라는 지시를 정대협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한다.
A씨는 “당시 여가부와 수령 거부 할머니에 대한 의견을 제기하면서 마찰도 있었다”며 “여가부 명의로 명절 선물을 지급했는데, 할머니 건강 상태를 잘 아는 상황에서 당시 직접 씹을 수도 없는 할머니도 있고, 변비있는 할머니가 있어 곶감 섭취가 어려워서 문제를 제기하는 등 사업수행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결국, 정대협은 일본군‘위안부’피해자의 상황을 모른 채 사업수행 실적만 강조한 여가부와 마찰로 2015년 사업을 신청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대협이 피해자 지원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담긴 증거가 제시됐음에도 검찰은 정대협이 피해자 지원단체인데 왜 피해자에게 일부 밖에 지원하지 않았냐며 억지를 부렸다.
그러자 A씨는 “정대협은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해 매주 수요시위를 하고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도 설립해 운영하고 피해 할머니를 위한 생존자복지활동도 했다”며 “정대협은 생존자복지활동도 하지만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 성격이 더 강해서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 전반적으로 사업비가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정대협 최종의사결정은 대표자회..월급 150만원 받는 활동가들 존경스러워”
한편, 이날 검찰은 A씨 심문을 통해 정대협·정의연의 최종결정권자는 윤미향 상임대표임을 입증하려고 했으나, 그는 “매주 사무처에서 회의하고 매달 실행이사회가 있어 세세하게 보고하고 매년 대표자회를 통해서 보고하는 체계이다. 최종의사결정은 실행이사회, 대표자회이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검찰은 증인에게서 “7명이 책상을 서로 마주 보는 굉장히 좁은 공간에서 일했다. 늘 밤늦게까지 야근해서 밝을 때 퇴근하면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고 “(월급 150만 원에) 처음에 놀랐으나 10년 이상 활동한 활동가, 대표가 전반적으로 낮은 금액이라 불만보다는 안타깝고 존경스러웠다”며 정대협 활동가들의 헌신을 들어야 했다.
오는 11차 공판은 3월 18일에 열리며, 재판부 인사이동으로 공판 갱신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인디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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