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삼국지 칼럼] 편청생간(偏聽生姦), 귀는 두 쪽에 달렸거늘박상진(교육학 박사, 덕성여대 강사)
이번 주도 정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요즘 민주당의 입법 폭거는 두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입니다. 드디어 이른바 중공 심기 경호법으로 조롱당하는 형법 개정안을 내놓기에 이르렀을 때, 모든 국민은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들었음에도 믿기 어려웠으니 말입니다. 우리는 일찍이 좌파 지지자들의 반미 반일 행각을 누누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그때 우파가 미국이나 일본의 심기 경호를 한다는 명분으로 입법한 적은 본 적도 없는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오늘 성어는 그래서 준비해 봤습니다.
『사기』 노중련추양열전(魯仲連鄒陽列傳)에서 추양의 얘기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추양은 전한 때 사람으로 오초칠국의 난 이전에 오왕 유비 밑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난을 일으키려 하자 반대했다가 이후 양나라 효왕에게 피하여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런 그를 누군가 참소했다는 것인데, 아마도 오왕 유비 밑에 있었던 전력 때문인 듯싶습니다. 당시 그는 옥중에서 효왕에게 올리는 상소문인 ‘옥중상양왕서(獄中上梁王書)’를 올렸는데 그 중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백리해는 유리걸식하며 지냈는데 진나라 목공이 그에게 정사를 위임하였고, 영척은 소가 끄는 수레 아래에서 소를 길렀는데 제나라 환공이 나라를 그에게 맡겼습니다. 이 두 사람이 어찌 조정에서 벼슬을 지내고 좌우로부터 명예를 얻은 연후에라야 두 군주에게 쓰였겠습니까? 마음에 감동되고 행실이 맞으면 옻칠보다 더 끈끈해져 형제일지라도 그들을 갈라놓을 수 없거늘 어찌 여러 사람의 말에 미혹되겠습니까? 그러므로 한쪽 말만 들으면 간사함이 일어나고 혼자 쥐려 하면 어지러움이 일어나는 법입니다. (故百里奚乞食於路,繆公委之以政;甯戚飯牛車下,而桓公任之以國。此二人者,豈借宦於朝,假譽於左右,然後二主用之哉?感於心,合於行,親於膠漆,昆弟不能離,豈惑於眾口哉?故偏聽生姦,獨任成亂.)
평소와 다르게 제가 성어 소개부터 먼저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백리해와 영척 모두 뛰어난 인물들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정직함에 있었습니다. 즉, 그들 스스로 속이지 않고 올바른 길만 취했기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았더라도 높은 자리를 얻었던 것입니다. 정직함이 최선의 길이라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임을 이 사실이 잘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이들을 얻기 위한 군주의 태도입니다.
이번 성어는 뛰어난 사람을 얻기 위해 마땅히 행해야 할 미덕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한쪽 말만 새겨듣지 말고, 혼자 다 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제갈량입니다.
제갈량은 20여 년 동안 유비 사후 흔들린 촉의 섭정을 맡았습니다. 처음 그는 이엄과 같이 시작했으나 곧 문제를 일으킨 이엄을 제거했죠. 그 후부터 사실상 황제였던 유선보다 제갈량이 더 촉을 대표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습니다. 명목상 유선의 신하임을 자처했으나, 누가 봐도 제갈량이 사실상 황제였죠.
게다가 제갈량은 황제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유비가 죽기 전 유언하면서 ‘유선이 황제가 될 그릇이라면 그에게 넘겨주되, 아니라면 스스로 옥좌에 오르라’라고 권유받았기 때문입니다. 황제의 유교(遺敎)를 빌미 삼아 유선이 아닌 제갈량이 황제가 될 수도 있는 사상 초유의 상황을 그는 맞이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유선을 주군으로 삼고 촉의 독재관이 되어 20여 년을 다스렸으니 참으로 대단한 것이죠.
다만 위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그는 독임(獨任)이라는 위험 앞에 늘 서 있었던 인물입니다.
다시 말해 어지러움이 일어날 수도 있는(成亂) 두려운 위치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왜 그는 그 긴 세월 섭정으로 있으면서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한쪽 말만 듣는(偏聽)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친하고 가까운 이의 말에 더 쉽게 귀를 기울이는 법입니다. 지금 좌파 정치인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같은 편이라고 과거 같으면 문고리 권력이니 국정 농단이니 하며 비난했을 인간을 편들고 있지 않습니까? 오로지 한쪽 말만 듣는 귀만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이는 지금 대통령의 자리에 앉은 이재명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입법만 재가하고 있으니 갈수록 태산이다 못해 이제 타국 심기 경호법이라는 오명까지 받기에 이른 것입니다. 이런 사람이 무려 서울에서만 23%P나 지지율이 올랐다며 자화자찬한다면 대체 누가 그걸 믿겠습니까?
제가 이래서 진즉에 하야하라고 했던 것입니다.
스스로 그릇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만 갈수록 입증하니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귀는 천하의 소리를 들으라고 2개나 달렸는데, 정작 본인은 듣고 싶은 말만 들으니 말입니다. 그래 놓고 지지율로 장난질을 치니 과거 문재인의 80% 국정 지지도 헛ㄷ소리가 떠오릅니다. 그때도 누구나 믿지 않았듯이 지금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국민 누가 지금 이재명과 민주당의 행보를 지지한단 말입니까?
이러니 매번 내란, 또는 내란 선동이라는 말 아니면 다른 말을 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물론 그들도 이 말이 얼마나 황당무계한 말인지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누가 뭐래도 계엄은 명백히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고 절대 내란 외환이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이 말을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짓이라고는 고작 언론으로 끊임없이 가짜 뉴스를 생산하거나 거짓 증언자들을 내세워서 떠들어대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세상을 언제까지 속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이미 국민은 더 이상 언론을 믿지 않고 있으며 그들이 생산하는 뉴스도 거의 안 봅니다. 언론이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좌우 누구라도 모르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대표로 내보내는 뉴스 시청률도 거의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연일 이재명과 민주당을 향해 터지는 야유는 국민이 더 이상 언론 때문에 귀 닫고 눈 감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 없다면 하야하여 물러나는 게 맞습니다.
옛말에 급류용퇴(急流勇退)라고 했습니다. 바로 월나라를 성공시킨 범려가 한 말입니다. 그는 월왕의 본심을 알고 오나라 멸망 뒤 도망치듯 벼슬을 버렸습니다. 범려가 그럴진대 본인이 그보다 낫습니까? <저작권자 ⓒ 인디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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