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삼국지 칼럼] 견풍전타(見風轉舵), 바람이 바뀌면 배도 방향을 바꾼다박상진(교육학 박사, 덕성여대 및 한국 성서대 강사)
최근 우파 스피커들 사이에도 지방선거와 그 이후의 진영 미래를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크게 보면 윤 대통령 절연을 선언하면서 공천 파동과 지도력 부재에 시달리는 제1야당을 고쳐서라도 쓸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하는가로 요약될 것입니다. 사실 이런 논란의 이면에는 원내 의석을 가진 제1야당의 능력을 아쉬워하거나 오랜 지지로 인한 미련이 자리 잡고 있긴 합니다. 제1야당이 이런 국민의 안타까움을 잘 파고들면 좋으련만, 이미 다들 아는 바와 같이 지도부부터 그럴 능력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있죠. 저도 개인적으로 이 점은 아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미래를 위해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미국에서 개최된 보수주의 행사 CPAC에서 황교안 자유와혁신 당 대표는 한국과 윤 대통령, 그리고 우파의 위기 상황을 전했습니다. 날로 이재명과 민주당에 의해 공산화되고 중공의 영향권 아래 놓이는 상황을 전하면서, 부정선거 혁파와 선거 제도 개혁, 그리고 윤 대통령 석방을 위해 미국이 나서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우리의 문제를 우리 스스로 자주적으로 해결하지 못해 남의 나라에 손을 벌려야 하는 이 상황을 보며 구한말이 떠오른 것은 아마 저만의 착각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청나라와 일본에 손을 벌리다 끝내 국치를 당했듯, 지금 한국은 그 일보 직전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1910년의 수치가 116년 만에 재현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저는 이런 상황을 보면서 문득 견풍전타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습니다. 이것은 중공에서 유래한 최신 성어여서 딱히 맞는 사례는 없습니다만, 삼국시대에서 그에 해당할 만한 고사는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연의』에서 유비가 동승의 만류를 뿌리치고 서주로 가는 장면이 그것입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유비는 공손찬을 떠나 서주로 도겸을 구원하러 왔고, 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과 마주 대하게 되었습니다. 도겸 사후 서주목(徐州牧)으로 추대된 것입니다. 이는 도겸으로 인해 아버지 조숭을 잃은 조조, 원래부터 서주를 노리던 원술, 그리고 연주 탈취 실패 후 방황하던 여포를 자극하게 되었고 끝내 빼앗겼죠. 원술을 막기 위해 대치하던 중, 여포에게 붙은 조표의 부하에 의해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이후 유비는 일시적으로 여포에 의해 소패로 갔다가 조조의 구원을 받아 허도로 가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유비의 신분이 황족으로 전환된 것입니다.
『연의』에 따르면, 기회를 엿보던 헌제는 유비가 숙부라는 사실을 알자 좌장군으로 두었는데, 이 품계는 군의 수장인 대장군 바로 아래에 해당하는 높은 지위였습니다. 이 일 이후 유비는 몸을 낮추며 근신하였지만, 이를 수상히 여긴 조조에 의해 견제를 받죠. 심지어 조조는 “천하의 영웅은 사군(유비를 높인 말)과 나 뿐”이라는 충격적인 말까지 내뱉습니다. 또한 헌제와 나선 전렵(사냥)에서 조조가 황제를 대신해 그의 전용 화살로 동물을 맞춘 뒤 황제에게 돌아갈 환호까지 가로채자, 관우부터 당장 이런 그의 오만방자한 태도에 분노를 드러내는 등 갈수록 의심을 키우게 됩니다. 결국 이것만으로 더 이상 위기를 피할 수 없겠다고 판단한 끝에 유비는 서주로 돌아갈 것을 결정하고, 이미 차주가 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핑계를 기어이 만들어 허도를 떠나게 된 것입니다. 당시 의대조(衣帶詔)라고 불리는 밀지까지 받은 상황에서 말입니다.
여기까지 모르는 분들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다만 그 판단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른 것으로 영리하다는 분들도 있겠지만, 위험을 피하는 비겁한 행동으로 볼 수 있으니까요. 역사는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미 19세기 딜타이는 그런 맥락에 따른 해석을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누구나 동일하게 고정된 세계는 없다고 말입니다. 유비의 행동도 그 맥락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른 이해에 따른 주장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다만 하나 불변하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위험을 회피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성어 중 교토삼굴(狡免三窟)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리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만든다는 것으로, 이른바 위기에 대응하는 토끼의 모습을 빗댄 겁니다. 토끼도 살길을 위해 이러할진대 인간이 이런 것을 부끄러워 할 연유는 없다는 뜻인 것입니다. 지상의 어떤 생명이든 본질적으로 위기를 감지하고 피하는 건 본능적인 부분입니다. 생존을 위한 선택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단, 그 방법이 저열하거나 남을 피해주는 쪽이 되지 않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 이 우파의 위기 앞에 고민하시는 분들께 다음 같이 권하고 싶습니다.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인 알란 케이(Alan Kay)는 1971년 “미래를 예측하는 최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invent it)”이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보통 발명했다는 뜻으로 알려진 ‘invent’는 영영사전에 ‘create or produce for the first time' 이란 뜻으로 정의되어 있으니 위 해석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 필자 주) 우리의 현재 상황에 이를 적용해보면, 우리가 비단 한 가지 대안에만 갇혀 있을 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파의 미래가 보다 더 발전적이기 바란다면, 우리는 현재 좁은 시선에 머무르면 안 됩니다. 새로운 대안을 찾고 만들어서 보다 더 넓게 이해하면서 나갈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물론 그 방법을 만들고 대안을 찾는 건 제 몫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직접 발견하고 선택하셔야 할 것입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딱 그 길로 가는 방향을 알려드리는 지금 이 정도일 것입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현 제1야당은 절윤 순간부터 이미 자기 정체성을 잃었다는 것입니다.
지지자들이 아무리 설득하려 해도 돌아서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세울 수는 없습니다. 그 원인은 제1야당 스스로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CPAC에서 한국의 위기를 전하는 황교안 대표를 보면서, 과연 우파 시민들이 무엇을 생각할까, 저는 떠올렸습니다. 만일 우리 제1야당 대표가 지난 정권 초처럼 저 자리에 함께 했더라면 미래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고 말입니다.
물론 이미 그 기회는 사라졌습니다. 절윤을 하는 순간, 그들은 더 이상 우파 정당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파 시민들은 스스로 선택한 대안에게 지지와 성원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자유민주주의가 지향하는 국민주권입니다. 그리고 선택받지 못한 정당은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그 지지와 성원 안에 담긴 열망은 반드시 대한민국의 비정상적 상황을 바로잡는 지렛대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 지금 제1야당에서 거들먹거리고 있는 그들은 오늘을 다시 떠올릴지 모릅니다. 그 기회를 놓친 것을 말입니다. 그러나 그 선택의 청구서는 곧 날라오게 될 것입니다. 이미 버스는 떠났고, 국민은 등을 돌렸습니다. 선택지가 없을 거라며 고개만 까딱거린 대가는 엄중하고 무거울 것입니다. 절대 집토끼를 우습게 여기고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자기 집안 단속도 못하는 정당이 무당층으로 외연을 확장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저작권자 ⓒ 인디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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