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 16회 광주비엔날레 주제발표 … 지역 시민들의 참여로 진행되는 GB커미션 작품 선정
【인디포커스=김한솔 기자】 올해 개최되는 16회 광주비엔날레는 주제와 GB 커미션 선정작을 발표했다.
(재)광주비엔날레는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에서 발표한 주제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You must change your life)》로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의 시 「고대 아폴로의 토르소(Archaic Torso of Apollo)」의 마지막 구절에서 착안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다양한 위기와 긴급한 문제들에 대응하는 예술의 변혁적인 힘에 주목하게 위해 설정했다.
(재)광주비엔날레는 측은 “1908년에 발표된 릴케의 시에는 상상 속의 파편화된 고대 조각상이 등장하는데 이 조각상은 바라보는 이에게 압도적인 정서적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결단과 삶의 변화를 촉구한다. 이러한 강렬한 마주침은 결국 시의 마지막 구절인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라는 문장으로 귀결되며 절정에 이른다”면서 “이 시는 삶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대신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 변형이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 공간을 남긴다. 이러한 가능성에서 출발한 16회 광주비엔날레는 ‘변화’를 하나의 예술적 방법으로 바라보며, 예술가들이 새로운 삶의 방식과 권력의 구조, 관계의 형태를 실험하는 과정을 탐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화(Change)는 극적인 사건이나 역사적인 전환의 순간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조용히 지속된다”고 덧붙였다.
호추니엔 예술감독은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이 다양한 규모와 속도의 ‘변화’를 경험하는 여정이 될 것”이라면서 “광주만큼 변화의 이상과 경험을 강렬하게 보여주는 도시는 드물다. 광주가 지닌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의 역사는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이곳에서 변화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살아 있는 역사”라고 말했다.
16회 광주비엔날레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의 핵심은 변화가 실험과 실천을 통해 시간 속에서 지속된다는 점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지난 15회 광주비엔날레에서는 프랑스 출신 미술 이론가이자 큐레이터인 니콜라 부리오가 예술감독을 맡아 기획했었다.
15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가 ‘판소리’였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한과 양민들의 문화, 양민들의 목소리였는데 니콜라 부리오가 예술감독은 단순히 ‘판’(공간)과 ‘소리’로 분할하여 관객들에게 공개했다.
이번 비엔날레가 반복적인 실천이 우리의 세계관을 형성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짓고, 예술적 실천을 변화에 대응하는 창의적인 방법(creative resilience)의 살아 있는 사례로 바라보고 있어 관객들의 판단이 우선일 것으로 보인다.
역대 가장 적은 수의 작가가 참여하는 응축된 형식을 택했다. 밀도에 집중하고, 여러 작가의 삶과 작업의 흐름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작품들을 함께 선보이며 깊이 있는 접근을 시도한다. 이를 통해 개별 작품을 단편적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어져 온 예술적 실천의 형태를 드러내려고 하고 있다.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는 변화가 신체와 사회 전반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살핀다. 또한 예술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실천을 통해 세계를 움직이는 힘의 방향을 다시 조정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내는 과정에 주목되고 있다.
한편, 지역 시민들의 참여로 진행되는 GB커미션에 권병준 작가와 박찬경 작가, 재클린 키요미 고크(Jacqueline Kiyomi Gork) 작가, 남화연 작가의 작품이 선정됐다.
권병준과 박찬경의 작품은 의례와 소리(사운드), 그리고 공동체적 실천을 결합한 신작 〈불림〉을 선보인다. 이 공동체에서 모은 쇠붙이를 녹여 무구를 만들고 이를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사용하는 한국 무속 의례 ‘쇠걸립’에서 출발한다. 광주와 전남 지역의 시민들이 기부한 그릇, 기물, 장신구 등 사용하지 않는 금속 물건은 수집 과정을 거쳐 사운드 설치 작업의 재료가 된다. 시민들이 내놓은 금속은 작가의 조형적, 음향적 과정을 통해 리듬과 진동, 그리고 공유되는 소리로 다시 공동체에 되돌아온다.
재클린 키요미 고크(Jacqueline Kiyomi Gork)의 작품은 공간의 음향적 효과를 감정과 감각을 증폭시키는 오브제로 확장해 온 작가다. 그의 작업은 피드백 시스템, 사운드 아트와 합성 음향의 역사, 딥 리스닝, 작곡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다중 매체적 실천으로 이루어진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고크는 공기압과 피드백 시스템, 기계 장치를 활용한 미로 형태의 공기 구조물 설치와 다채널 테크노 사운드 작업을 선보인다. 이 작업은 소음을 차단하는 클럽과 같은 환경을 만들며, 감각적으로 차단된 공간이 서서히 숨을 내쉬듯 열리면서 하나의 감정적 건축으로 변모한다.
남화연의 작업은 18세기 후반 조선에서 서학(西學, 가톨릭)이 수용되고 박해받았던 역사를 바탕으로, 신앙을 통해 여성의 주체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환기한다. 당시 여성들은 신에 대한 헌신을 통해 삶과 죽음에 관한 신체적 실천들을 모색했으며, 이는 유교적 가부장적 질서와는 다른 방식이었다. 작품은 이러한 여성들의 경험을 따라가며, 과거와 현재가 서로 포개지는 다층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하나의 연속된 이야기로 풀어낸다.
박가희 학예연구사는 “작업을 통해 죽은 물질을 산 소리로 공동체에 돌려주는 것”이라며 “시민의 기여가 비엔날레를 만들고, 예술로의 변환을 거쳐 다시 공동체에 돌아가는 순환 구조를 정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사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위해 광주의 여러 시민단체를 만났는데, ‘비엔날레를 나와 관련 있는 행사라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시민들의 반응을 접했다”며 “이 작업은 함께 하시는 분들과 만들어나간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비엔날레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비엔날레는 9월 5일부터 11월 15일까지 총 72일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개최된다. <저작권자 ⓒ 인디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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