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세계로 향하는 길 통해 실익 강구할 때!

정성태 | 기사입력 2025/06/20 [06:16]

이란, 세계로 향하는 길 통해 실익 강구할 때!

정성태 | 입력 : 2025/06/20 [06:16]

▲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인디포커스

 

전쟁이 주는 외피는 파괴와 살상으로 덧칠되어 있다. 그것 자체만으로도 인간의 잔혹성을 깨닫기엔 결코 부족함이 없다. 그럼에도 인류는 끊임없이 긴장을 형성하며 죽음의 굿판 한가운데를 서성인다. 경계의 대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별히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인간이 지닌 이성의 한계를 뼛속 깊이 절감하게 된다. 

 

이스라엘이 기습적으로 이란 내 군사 시설 등을 표적 공습하며 이란 군부 모하마드 바게리 참모총장 등 수뇌부 다수를 제거한 것으로 타전된다. 여기에는 이란의 핵심 핵시설인 포르도 또한 포함됐다. 지난 13일 발생한 일이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관련 시설에 대한 결정적 피해는 포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포르도는 이스라엘이 '악마의 심장'으로 일컫는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160km 떨어진 산악지대에 위치하며, 지하 깊숙이 고농축 우라늄이 대량 보관돼 있다. 이스라엘 자체 역량만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으나, 미국이 보유한 공중 투하용 초대형 벙커버스터인 GBU-57이 가장 확실한 방안으로 알려진다. 

 

이란은 페르시아 제국의 막강 핏줄을 잇고 있는 자존심이 강한 나라다. 쉽사리 타협하기 어려웠을 그들의 선택지는 즉각적인 탄도미사일 발사 등 응징으로 이어졌다. 대부분 이스라엘 방공망에 의해 요격됐지만 일부는 텔아비브 인근 도시 바트얌의 고층 아파트를 비롯한 주거용 건물이 밀집한 민간 거주 지역에 떨어지며 피해를 입혔다.

 

양국의 군사 충돌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지인 이란의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을 공습하며 화염으로 뒤덮게 만들었다. 그간 이스라엘 스스로 공격 대상에서 금기시했던 시설을 마비시킨 것이다. 자칫 이란에 의한 중동지역 미군기지 공습을 비롯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오만 무스카트에서 15일 열릴 것으로 예정됐던 미국과 이란의 6차 핵협상도 취소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일정을 하루 단축해 귀국한 17일 "모두 즉시 테헤란을 떠나라"며 "최고 지도자(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어디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위협했다. 또한 이란을 향해 "무조건 항복"할 것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기 때부터 “이란은 핵무기를 가져선 안 된다”는 표현을 줄곧 반복해 왔다. 중동지역 전체로 핵무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기 들어서는 이란과의 협상을 통한 외교적 해법을 마련했으나 꼬이는 형국이다. 만일 이란이 중동지역 미군 시설을 타격할 경우, 전면전에 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근 뚜렷한 전쟁 확산 조짐으로 번지자 이스라엘은 미국을 향해 군사적 지원을 공식 요청하고 나섰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 발언도 심상치 않다. 이란을 오랜 기간 철권통치하고 있는 하메네이를 겨냥해 '제거', '살해' 등과 같은 극단적 단어를 사용하는 가운데 "우리의 인내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한 점이 예사롭지 않다.

 

백악관은 벙커버스터인 GBU-57을 활용한 이란 지하 핵시설 공격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이를 싣고서 임무를 수행할 B-2 스텔스 폭격기도 포함된다. 이란 산악 지형, 특히 견고한 암반층으로 이루어진 지하 수십미터, 더욱이 그 상층부로 인공 강화 콘크리트 수미터가 추가로 덮여 있는 포르도를 파괴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본래 입장과는 상반된다. 전쟁 종식을 공언했던 그의 뜻과는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어서다. 여기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것은 이스라엘-이란 사이의 해묵은 민족적, 종교적 갈등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원적인 문제는 눈앞에 닥친 국가적 생존에 관한 위기감의 발로다.

 

우선 이란의 핵무기 개발 능력이 본격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더욱이 미국은 이란과 맹탕 협상을 계속했다. 자칫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미국의 느슨한 시간 속에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이란 6차 협상을 이틀 앞두고서 이스라엘이 전격 이란을 공습한 배경으로 추측된다. 결국 협상은 미로에 빠졌다.

 

이스라엘 네타냐후는 미국 바이든과 사실상 껄끄러운 관계였다. 새로 들어선 트럼프는 이란 제재 완화와 함께 이란 핵 투명성 강화를 택했다. 이스라엘로서는 이란 핵시설이 원천 제거되지 않는다면 이를 늘 껴안고 살아야 하는 잠재적 재앙이다. 제재 해제 또한 이란 경제 회복과 맞물린 군사력 강화로 이어지게 될 것을 우려한다.

 

네타냐후를 옥죄고 있는 부패 관련 재판도 빼놓을 없다. 또한 공습 하루 전에 열린 의회 해산 투표에서 불과 한 표 차이로 간신히 연립정부를 유지하는 등 정치적 위기도 여전한 현재진행형이다. 이란과의 전쟁은 그가 처한 제반 정치적 출구 찾기를 위한 검은 의도가 깔려 있음을 결코 간과할 수 없도록 만드는 지점이다. 

 

이러한 점들이 총체적으로 맞물리며 네타냐후는 과감히 기습 공격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그에 이란이 즉각 맞대응하며 전쟁은 네타냐후가 의도한 대로 흘러가는 듯싶다. 그에게는 이란의 핵 개발 저지 뿐만 아니라, 이란 최고지도자 자체를 제거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헤즈볼라와 하마스 군사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도 호재일 수 있다.

 

급기야 트럼프도 이란 최고지도자를 향해 "행운을 빈다"고 크게 위협했다. 그러면서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나, 최종 결정은 1초 전에 하는 게 좋다", "상황은 변하고, 특히 전쟁은 더욱 그렇다"며 마지막 외교적 해법의 여지를 남기며 이란을 압박했다. 미 국방부도 벙커버스터 투입 등 다양한 공격 준비를 마쳤고, 이를 트럼프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금 시점에서 이란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핵 포기다. 그것을 통한 서방과의 교류는 이란의 미래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탈바꿈이 될 수 있다. 이란 인구는 9천만 명에 이르며 제조업도 가능하다. 여기에 천연 에너지까지 풍족하다. 지금 맞닥뜨리고 있는 고립의 빗장을 풀고 기회의 문을 열 수 있을 때 비약적인 발전도 가능하리라 여긴다.

 

그럼에도 이란이 끝내 고집을 꺾지 않고 확전을 택한다면, 네타냐후로선 가장 반기는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미국을 확실하게 끌어들일 명분을 얻게 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한 이란 핵시설 파괴와 최고지도자 축출 또한 가능할 수 있다는 셈법이 그것이다. 아울러 위태로운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도 덤으로 깔린다. 이를테면 일타 삼피다.

 

전쟁은 잔혹한 결과만을 남기게 된다. 역사 이래 세계 모든 국가의 전쟁이 그렇다. 지도자의 독선과 아집에 따른 오도된 결정은 국민 다수를 고통으로 몰아넣는다. 선제공격을 당한 이란의 분한 입장은 충분히 이해되나, 이제 시간이 촉박하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의 결과는 국가적 재앙을 부를 뿐이다. 세계로 향하는 길을 통해 실익을 강구할 때다.

 

정성태(시인/칼럼니스트)

<이메일 : jst01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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